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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번) 악역영애 서민으로 전락하다

1. 자업자득인 영애의 후임

01.自業自得な令嬢の後釜


 을 떠보니 모르는 천장이었다. 흰 천장과 소독약 냄새로 병원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방금 깨어나서인지 직전까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분명히 회사에서 일하다가 간식으로 받은 걸 먹은 순간에 기분이 나빠져 쓰러졌나?

 

"피까지 토했으니 당연한가...어?"

 

 뭔가 목소리가 높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평소 여자 같은 외모여서 가끔 사람들이 착각할 때도 있지만 나는 틀림없이 남자다. 그런데, 지금 목소리는 분명히 여성 특유의 톤이 있다. 게다가 묘하게 가슴 근처가 무겁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조심스럽게 시선을 내리니 거기에는 훌륭한 가슴이 있었다. 남자에게는 절대 없고, 여자에게 있어서는 크기에 상관없이 반드시 있는 그것. 어느새 가슴 확대 수술까지 한 건가. 가끔 농담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으면 좋겠다고 주위에서 말할 때마다 마구마구 때려줬었는데. 그래봤자 수술해도 목소리까지 달라진 이유가 되진 않겠지. 그리고 가슴이 있다는 건,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그렇겠지."

 

 남자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이 있나 없나 확인해 보니 역시 없었다. 갑자기 우울해지기[각주:1] 시작했다. 게다가 머리카락까지 얼마나 자라나 있는 거야? 거추장스러워서 짧게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머리카락이 허리 근처까지 내려와 있다. 그렇게 오래 자고 있었나? 그 정도 치고는 살이 빠져 마른 것도 아니고, 목소리도 허약하지는 않다. 팔이나 허리도 가늘어지긴 했지만, 수술 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밖에.

 

"키사라기(如月)씨, 깨어나셨군요!"

 

 간호사의 말에 의문투성이인 머리가 더욱 복합해져 간다. 잠깐만, 내 이름은 그런 거 아니라고. 얼굴은 여자 같았지만 성씨(名字)[각주:2]는 흔한 성씨였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간호사의 말로는 내 성씨(名字)와는 비슷하지도 않다. 당황하여 황급히 준비된 이름표를 확인했다.

 

'키사리기 코토네(如月 琴音)'

 

 아무리 봐도 내 이름이 아니잖아. 성전환수술은커녕 이름까지 바꾼 건가? 나는 완벽 범죄에 당한 건가?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경찰서에 가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간호사로부터 폭탄 발언이 투하되었다.

 

"절망했다고 자살하면 안 돼요."

 

 자살? 잠깐만, 그건 누군가에게 간식을 받아서 먹었던 것뿐이지, 내가 죽으려고 한 게 아니야. 그리고 간식에 독이 넣은 녀석은 누구야. 그 녀석 때문에 도대체 왜 내가 여자가 되어야 해?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하고 죽을 생각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다 한 해봤는데 무슨 일로 절망해서 자살했다는 건데?

 그런 의문이 떠오르는 순간, 많은 양의 기억이 선명히 흘러왔다. 이질적인 감각이나 두통은 없이 그저 잊혀가고 있던 것을 기억해내는 감각. 전부 16년 치의 기억일 것이다. 갓난아기 때부터의 기억도 있지만, 잘도 그런 것까지 기억이 나네.

 이것이 키사라기 코토네(如月 琴音)의 기억인가? 뭐라고 해야 할까, 이건 너무하네. 결국 나는 죽어서 그녀의 몸에 전생했다고 해야 하나 영혼이 씌인 것이라고 해야 하나. 뭐야, 이런 라노베[각주:3]같은 전개는. 또한 심각한 것은 코토네가 지금까지 해 온 소행이다. 우선 걱정하고 있는 간호사에게 사과해 두자.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런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맞다, 가족분들께 연락하고 올게요."

 

  병실을 나가는 간호사를 뒤로 한 채 생각에 잠겼다. 이제까지 코토네의 평판은 소위 좋게 보아도 악녀이다. 방약무인[각주:4]하기에 버릇이 없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며, 남의 마음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당연히 학원에서는 고립되었지만 그런데도 집안의 힘으로 사람을 위협하다니 그건 아니잖아. 그리고 집안에서 쫓겨났다고 자살하는 것도 아니잖아. 두 번이나 말했지만, 다시 한번 말할 거야. 이건 아니잖아.

 그리고 간호사가 연락하러 갔지만 아마도 소용없으리라고 본다. 아마 가족들은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질렸으니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집에서 쫓아냈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받아주지는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명예로운 집안에서 자살자가 나왔다고 한다면 언론의 좋은 표적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병원에도 압력을 가해 사실을 은폐하려 하겠지. 부자도 편하지는 않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간호사도 나갔기에 병실에는 나 혼자다. 아마 앞으로도 외톨이겠지. 누가 좋아서 이런 악녀와 사귀려 하겠어. 하아, 앞으로 인생길이 굉장히 우울하다. 문득 왼손을 보니 손목 부위에 선이 그어져 있었다. 기억대로라면 이 흉터가 자살했다는 증거겠지. 성대하게 출혈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든 살아났나 보다. 그런데 독살당한 내가 왜 자살한 아이에게 영혼이 씌인걸까.

 

"이런 걸 생각해봐도 어쩔 방법이 없으려나. 그것보다 점차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자살하려 했던 사람은 종종 뭔가를 지적받는다. 그리고 학원에서도 취직한 회사에서도 쉽게 부서지는 물건처럼 취급받는다. 뭐, 학원에서는 그런 취급은 없을 것이다. 그야 악녀니까. 일단 시계라도 있으면 숨길 수 있으니까 좋겠지만 깊이 생각해 봤자 지금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남자였던 내가 여자로 변해버린 것인데, 적응할 수밖에 없겠지만 일단 의식은 아직 남자다. 그리고 코토네의 기억에 묻히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여성 생활 같은 건 모른다고.

 

"실례할게요. 가족분들은 못 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으면 바로 퇴원시키라고 가족분들이 말씀하셨어요."

"괜찮습니다. 제가 일으킨 일로 가족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요. 저기, 갈아입을 옷은 있나요?"

"침대 옆에 가방이 있으니 그 안에 들어 있을 거예요. 앗, 바로 퇴원하시게요?"

"계속 머물러 있을 수 없으니까요. 병원도 바쁜 곳이니 제멋대로 자살한 사람이 언제까지 여기에 있으면 안 되겠죠."

"그래도 일어나자마자라니."

 

 아니, 정말로 민폐를 끼칠 생각은 없는데요. 좀 더 심각한 이유였다면 조금 더 있겠지만 혼자 사는 것에 절망해서라니 이유도 되지 않는다. 이게 뭐냐고. 그런 건 사회인이 되면 당연한 건데. 어디까지 어리광을 부릴 셈이야.

 

"속옷도 있고, 옷은 와이셔츠와 청바지인가요? 이 정도면 금방이라도 갈아입을 수 있겠네요."

"적어도 체력이 회복될 때까지 있어도 돼요. 아직 당신이 실려 온 지 하루밖에 안 됐으니까."

"걷는 것만큼은 문제없을 것 같으니 괜찮아요. 게다가 짐도 이걸로 전부고, 오래 있어도 좋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옷도 다 갈아입어서 퇴원 수속을 부탁드릴게요."

 

 평범한 옷이어서 다행이다. 여성 의류였다면 입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코토네는 어째선지 평상복으로 드레스를 입는 등, 영문을 모를 감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잘못하면 가방 속에 드레스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뭐, 아무리 그래도 드레스가 들어갈 만한 크기가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지만.

 

"퇴원 수속는 이미 가족분들이 끝내 놓으셨어요. 마지막으로 본인 사인만 하면 되는데, 정말 벌써 가시나요?"

"네, 제 생각은 변함없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세 많이 졌습니다."

 

 솔직하게 머리를 숙이자 간호사가 난처해했다. 그러고 보니 머리가 방해되네. 고개를 숙인 것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붙는다. 싹둑 잘라서 단발로 하고 다닐까?

 

"잠깐만요. 그대로라면 머리가 거추장스러우니까 좀 돌아봐 줄래요?"

"네."

"우와, 굉장히 보슬보슬하네. 어떤 샴푸를 사용하면 이렇게 되려나. 부럽네요. 나도 길러보고 싶지만 머리카락이 끝이 거칠어지니까요."

"불편할 뿐이에요. 자르려고 해요."

"에, 아까워라. 모처럼이니까 하다못해 등 가운데 정도까지만 길러요. 자아, 간단히 정리했어요."

 

 포니테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서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이마 부분을 머리핀으로 고정시켜 주었다. 확실히 이러면 방해되지는 않겠지? 뭔가 머리에 꼬리가 달린 것 같아서 불안한데. 이렇게 꼬리같이 흔들리면 머리까지 흔들리는듯한 느낌. 음, 익숙해지지 않는다.

 

"정말 감사했습니다.[각주:5] 또 오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다음에도 자살로 오면 혼낼 테니까요. 그럼 몸조심해요"

 

 죽을 생각은 없다. 뭐, 병에 걸린다면 다시 올지도 모르니 두 번 다시 안 온다고도 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머리를 묶어준 보답으로 나중에 간식이라도 드리자. 이런 세심한 배려가 나중에 좋은 영향으로 돌아오기도 하니까. 문제는 돈이구나. 일단 생활비를 보낸다고 했지만, 큰돈은 아닐 것이다.

 

"아, 햇빛이 눈 부셔."

 

 확실히 지금은 3월이었나? 그것보다 이 옷차림으로는 꽤 춥다고. 화창한 봄 날씨라면 몰라도 초봄에 들어선 지금은 엄청 춥다. 적어도 겉옷이 한 벌 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방 안에 옷이 얼마나 있을까? 

 예상하지만 예전의 코토네가 입었던 화려한 옷들은 전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그런 화려한 복장은 절대로 입지 않아. 꼭 액세서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급할 때 필요한 환전 아이템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역시 이번 봄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안 하면 돈이 빠듯할 거야.

 

"일단은 마지막 사치를 누리러 가볼까요."

 

 집에 식자재는 없을 것이고, 조미료나 조리도구도 갖추어져 있는지도 알 수 없기에 역시 돌아가서 저녁을 준비할 생각도 들지 않는 달까. 자신의 방인데도 비품[각주:6]이나 내부 설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뭐 혼자 살고 싶지 않다고 자살했을 정도니까 방 확인도 안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아, 그러고 보니 관리인에 대해 듣지 못했네. 아, 어쩔 수 없지만 연락해볼까."

 

 솔직히 집에 전화하는건 망설여진다. 집에서 쫓겨나 단 하루 만에 연락하는 것도 속이 뒤틀리지만 달리 좋은 방법이 없다. 설마 인사하러 가서 간단한 선물 하나 없는 건 안 되겠지.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역시 처음이 중요하니까.

 

"스마트폰이라고? 와아, 전화번호부가 새하얗네. 뭔가 인생이 리셋 된 것 같아."

 

 그야말로 인생 리셋 상태지만 이렇게 보니 좀 쓸쓸한걸. 우선 집의 전화번호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꾹꾹 눌러서 통화. 통화음이 들리는 찰나에 받는 고용인의 일 처리를 보아 높은 사람일 것이다. 코토네의 기억으로는 고용인들에게 심하게 대해서인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전생에도 고용인인듯한 사람과 교제도 없었다.

 

"키사라기가 입니다. 누구십니까?'

"사키코 씨군요. 코토네입니다."

 

 상대편에서 숨이 막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거야 지금까지 심하게 대했던 상대인데 긴장하고 있으려나? 아니면 생트집을 잡으려고 연락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건가? 당연한 걸 묻는 것뿐이니까 상대의 착각이지만 역시 좀 마음이 아프네.

 

"음, 앞으로 살 아파트 관리인 씨에 대해 좀 알고 있으신가 해서요."

"듣고 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엄청 경계하는 건 알겠어. 뭐, 코토네는 고용인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는 일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관리인에게 터무니없는 말을 할 생각도 없어. 내가 보내고 싶은 건 평범한 생활이니까.

 

"인사드리는데 빈손으로 가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서요. 괜찮다면 성별이나 가족 수에 자녀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까. 여성이고, 5살 된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남편은 몇 년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쿠키 정도가 좋겠네요."

"그렇습니다만, 아가씨. 돈은 신중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주인님께서도 사모님께서도 추가로 보내실 생각은 없으십니다."

"알고 있어요. 계획적으로 쓰고 가계부도 쓸 생각입니다. 그리고 잠깐 확인할 것이 있지만 방에 있는 것은 제가 자유롭게 써도 될까요?"

"그 말씀은?'

"최후의 수단으로 TV 같은걸 리사이클 샵[각주:7]에 가지고 갈까 해서요."

"네에!?"

"역시 안 되겠지요. 매우 실례되는 것을 물어봐서 죄송합니다. 그럼 몸조심하세요."

"네, 네에. 아가씨도 몸조심하시길."

"고마워요. 또 연락할 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리겠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역시 안되나? 일단 가구 같은 건 준비해준다고 했으니까 TV 같은 것도 놓여있어서 돈에 곤란하면 팔아서 생활비를 보태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면 역시 지갑에 들어있는 5만 엔이 한 달 전 재산인가? 전부 쓰지 않고 어느 정도 저축을 하고 싶지만,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면 간단하게 써버리겠지.

 그러고 보니, 옆집 주민들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네. 뭐, 똑같이 쿠키라면 되려나? 지금부터라면 싼 것을 찾을 시간도 없고, 적당히 사둘까? 첫날부터 낭비잖아!

 


* 작가 말 

 기합을 넣고 쓰고 있는 작품입니다. 지적할 곳이 많겠지만 부디, 좋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독백에서는 주인공이 남성이었다는 것을 최대한 반영. 대화는 최대한 구어에 맞춘 의역하되 높임말의 기준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식으로 고치며 그외 문단 - 대화 - 문단 연결에서 대화가 너무 길 경우 작가의 성격을 반영하여 추임 문단을 집어넣었습니다.  

※ 이 글은 현재 수정판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번역한 분과는 문단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다를 수 있습니다.  

 

2019. 2. 23. 맞춤법 교정 및 번역 퇴고


 

  1. 凹む(へこむ) 젊은층이 기분이 우울할 때 쓰이는 말 [본문으로]
  2. 우리나라는 '姓氏' 라고 쓴다. [본문으로]
  3. 라이트 노벨(Light novel)의 일본어식 줄임말 [본문으로]
  4. 傍若無人 사자성어로 '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뜻함 [본문으로]
  5. お手数をお掛けしました. 한국의 경우, 긍정조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기에 의역 [본문으로]
  6. 備品 여기서 말하는 비품은 가스렌지, 세탁기 ,에어콘, 옷장과 같은 것들 [본문으로]
  7. リサイクルショップ 한국에는 비슷하게 '리퍼브샵'이 있다. [본문으로]